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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趙司翼 2004-06-27 20:48:33, Hit : 799
Subject   안개비 내리던 날
        안개비 내리던 날
        
        趙司翼
        
        
        작은 빵집과 꽃 가게가 아래층을 채우고 있는
        둔탁한 소리를 내는 통나무 계단을 열 서너 번 오를 즈음.
        그 옛날 이름 없는 무명 화가가 
        가난을 그리다 간 흔적과
        건반에 올려 보지도 못한 악보가
        먼지 낀 다다미 방 바닥에 나 뒹구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데
        긴 한숨을 타고 뿜어져 나오는 담배연기가 
        생성과 소멸의 반복 속에서
        창밖 안개비 속으로 사라져 가는 풍경을 건네며
        나를 맞이하는 시인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전시회에 내걸었던
        「하늘 시인」이라는 포스터와
        릴케의 「장미」라는 글이 빼곡한 그림 한 장이
        송판때기 벽을 채우고 있을 뿐
        호사스러운 풍경들은 그 어디에도 없건만
        왜 이렇게 내 마음은 따뜻하게 전율하는 것일까
        향 진한 녹차를 건네는 
        친구의 미소에서 행복을 훔친다.
        간간이 불어 오는 안개비바람에
        서재 한 켠에 있는 한란(寒蘭)의 꽃대가 하늘거린다.
        창밖, 젖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시어(詩語)들을 주워 모으며 
        그렇게 시간을 놓아버린 공간 안에서의 그와 나,
        안개비가 도쿄의 하늘에 내리던 날
        친구를 떠나오기 전 나는 한편의 시가 필요했다
        행복하라고
        건강하라고
        
        
        


김진학 (2004-06-29 15:29:52)  
여독은 다 풀리셨는지요? 조사익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소주한잔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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